한강, 아시아 여성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 스톡홀름서 감동의 순간

한국의 작가 한강이 아시아 여성 최초로 2024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며 세계 문학사에 새 역사를 썼다. 한강은 10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열린 제124회 노벨상 시상식에서 칼 구스타프 16세 국왕으로부터 메달과 증서를 받으며 감동의 순간을 맞이했다.
아시아 여성 최초, 한국 문학의 세계적 도약
한강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최초의 아시아 여성 작가로 기록되었으며, 이는 2012년 중국 작가 모옌 이후 12년 만에 아시아 작가가 수상한 사례다. 또한, 2000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김대중 전 대통령에 이어 한국인으로서는 두 번째로 노벨상을 받은 영예를 안았다.
스웨덴 한림원은 수상자로 한강을 선정한 이유에 대해 “한강의 작품은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며 인간 삶의 연약함을 폭로하는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고 평가했다. 한강의 대표작으로는 '소년이 온다' '채식주의자' '작별하지 않는다' 등이 있으며, 그중 '작별하지 않는다' 는 제주 4·3사건을 다룬 작품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시상식의 하이라이트: 칼 구스타프 국왕과의 만남
한강은 물리학, 화학, 생리의학상에 이어 네 번째로 무대에 올랐다. 검은색 긴 드레스를 입고 등장한 한강은 시종일관 겸손하면서도 단단한 태도로 시상식에 임했다. 한림원 종신위원이자 스웨덴 소설가 엘렌 맛손은 약 5분간의 시상 연설을 통해 한강의 작품 세계를 소개했다. 맛손은 “한강의 작품은 흰색과 붉은색을 중심으로 생명과 고통, 슬픔과 희망을 탐구한다”며 “그의 작품은 잊지 않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강조했다.
시상식장에서 한강은 칼 구스타프 16세 국왕으로부터 메달과 증서를 받으며 활짝 웃었다. 메달은 금으로 제작되었으며, 증서와 함께 수여된 상금은 1100만 크로나(약 14억 4000만 원)로 알려졌다.

수상 소감: “문학은 체온을 가진 언어”
한강은 시상식 후 스톡홀름 시청 블루홀에서 열린 축하 연회에서 수상 소감을 전했다. 그는 “우리가 태어난 이유와 고통과 사랑이 존재하는 이유를 알고 싶었다”며 “문학은 인간으로 남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질문하며, 생명을 파괴하는 모든 행위에 맞서는 체온을 가진 언어”라고 말했다.
8살 시절 겪은 한 순간을 회상하며, 한강은 “비를 피해 웅크린 아이들을 보며 우리 모두가 저마다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나’라는 존재임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는 문학이 “다른 사람의 내면 깊은 곳을 만나는 행위”라고 정의하며, 이를 통해 경이로운 순간을 반복해 살아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과 세계가 함께 축하하다
스웨덴 현지에서는 한국인들이 태극기를 들고 시상식장을 찾아 한강의 수상을 축하했으며, 한강의 고향 전남 장흥과 작품 '소년이 온다'의 배경이 된 광주에서도 다양한 축하 행사가 열렸다. 전남 장흥군은 “노벨 문학 도시”로 거듭나기 위한 계획을 발표하며 한강 부녀의 업적을 기리는 공간 조성을 추진할 예정이다.
전남 도립도서관에서는 한강의 수상을 기념하는 시 낭송과 강연회가 열렸으며, 광주에서는 낭독회와 공연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김영록 전남도지사는 “한강의 수상은 어려운 시기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희망과 빛을 준다”고 전했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자택 방문, 영감을 잇다
스톡홀름 방문 기간 동안 한강은 세계적인 동화 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자택을 방문하며 어린 시절 받은 영감을 되새겼다. 린드그렌의 작품 '사자왕 형제의 모험'에 깊은 영향을 받은 한강은 린드그렌의 증손자를 만나며 뜻깊은 시간을 보냈다.

한강, 세계 문학의 중심에 서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단순히 개인의 영예를 넘어, 한국 문학이 세계 문학의 중심에 섰음을 알리는 사건으로 평가받는다. 그녀의 작품은 인간의 연약함과 생명의 소중함, 그리고 역사적 트라우마 속에서도 이어지는 희망을 통해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선사해왔다. 이번 수상은 문학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한강이 던지는 질문과 답을 다시금 되새길 기회가 될 것이다.